1/28/2015

겨울 독수리_ 9와 숫자들

독수리,
무뎌진 너의 부리론
맛있는 것 하나도
먹을 수 없어
씩씩한 너의 친구들은
하나 둘
저마다의 하늘 찾아서
떠난 지 오래야

너는 어찌
아슬아슬한 절벽 모퉁일
쓰린 발톱으로 움켜쥐고서
꼼짝을 않니
해와 달이
몇 바퀴를 돌도록
그 자리
그리 너는 있었네

독수리,
젖은 너의 깃털론
푸른 초원 예쁜 꽃밭도
가볼 수 없어
야속한 너의
친구들은 누구도
울적한 너의
기분엔 관심이 없어

봄 여름 가을 없고
겨울뿐이던
짓궂은 계절의 농담에도
넌 괜찮았지
해와 달이
몇 바퀴를 돌도록
그냥 그렇게
너는 있었네

금빛 꿈으로
태어난 너의
고향은 잿빛
슬픔의 도시
골목골목 빼곡히
훑어 날아도
내려앉고
싶은 곳 없네

좋은 마음으로
살고 싶지만
점점 더 그럴 수가
없는 걸
너도 알잖아
어제는 없고
내일은 몰라

날지 마
조금만 더 기다려
정말 너의 맑은 하늘이
열릴 때까지
울지 마
조금만 더 기다려
정말 참기 힘든 아픔이
너를 찾을 때까지


9와 숫자들 여전히 짱짱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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