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평대리에서의 아침. 닭이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해 뜨기 전, 밤새 소리없이 지었을 거미들의 집을 파괴하며
마을길을 걸었다. 빛이 일어나는 하늘, 마늘향이 베인 고운 흙, 예쁘고 고요했다.
오늘은 근처 내륙쪽에 위치한 용눈이 오름과 비자림에도 다녀왔다
차 없으면 가기 어려운 오름은 당초 계획에 없었지만
맘씨 좋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가 태워주신 덕분에 오를 수 있었다.
오름은 제주의 바람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이 아닌가 싶다.
따가운 가을 볕 때문에 줄곧 모자를 썼지만, 오름에서는 쓰지 않았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목욕시키도록 두었다. 상큼했다.
그리고 그렇게 벼르던 비자림에도 다녀왔다.
시고 씁쓸한 비자열매향과 거룩한 모습의 비자나무들로 가득한 곳.
그렇게 반복된 풍경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내가 기대한 것이 무엇인지를.. 한참 부끄러워 하기도 했다.
저녁즈음엔 마을 해안쪽을 걸었다. 말을 타고 지나가는 대평리마을
청년회회장님, 나를 졸졸 따르던 주인모를 백구. 월정리에서 자리를 옮겨온
아일랜드 조르바. 다시 찾았을 때도 이 풍경 그대로였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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