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아침부터 마음이 급했다. 그러려고 온 여행이 아닌데
이게 다 스쿠터 때문이다.
스쿠터로 이동하는 건 생각보다
무섭고 외로웠다. 어제 포기한 성이시돌 목장에
가볼 생각이었지만 스쿠터로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게스트분들과 아침 식탁 위에서 형식적으로
나눈 몇마디 끝에 운좋게도 택시를 타고
함께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들었다.
처음부터 차만 같이 탈 요량으로 단박에 오케이 했지만.
함께 사진을 찍고, 연락처도 교환해야하는 난감한 상황들이 생겼다.
물론 교묘히 이탈해서 혼자 산책을 즐기긴 했지만..
교환한 번호로 아직까지 단체 카톡이 와서 좀 난감하다.
돌아와서는 스쿠터를 반납하러 다시 무서운 도로를 달려야만 했다.
다행히도 무사히 조기 반납하는데 성공하고, 일주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사이 제주 시내버스에 번호가 붙여져있었다. 동일주버스는 700번,
목적지는 함덕서우봉해변이다.
금릉에 이어 함덕도 지난 여행 때 왔던 곳이지만 어쩐지
다시 와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여행내내 떠올렸던 순간을 만났다.
한 소년의 하교 모습.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두고
세상에서 가장 무기력한 얼굴을 한 소년. 빨간 실내화 주머니를 앞뒤로 휘두르며 지나던
소년의 모습. 필름에 담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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